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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과거에 갔었던 곳을 다시 찾아서 가보는 묘미도 있다. 특히 기억을 더듬으며 하는 여행은 과거와 비교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몇 년 전에 국민학교시절 거닐었던 길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좁고 길이도 짧아서 실제로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나서 한 참을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 관악산줄기인 호암산은 내가 태어난 곳에서 관악산 쪽 정확히는 동쪽을 바라보면 바로 보이는 큰 호랑이가 누워있는 그런 형상이다. 늘 시흥 쪽 국도 1호선을 지나가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을 바라보면서 옛 생각을 한다.
이번 트레킹의 출발점인 석수역은 안양시의 지명을 딴 역이다. 다시말하면 서울시와 안양시의 경계인데 석수역자체가 안양시행정구역으로 역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걸어서 가는데 왼쪽은 서울시 금천구이고 오른쪽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이다. 서울둘레길 12코스에 포함된 석수역은 오늘 가려는 코스와 초반에 살짝 중복되지만 나는 바로 산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하여 진행을 하려고 한다. 두길 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산능선에 올라가 서쪽을 바라보면서 북쪽으로 방향을 향한다. 늦은 봄이다 보니 나뭇잎이 우거져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암벽이 있는 곳에서는 시야가 트여서 볼만하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바로 왼쪽으로 가면 서울둘레길로 접어들고 직진하면 호암산성으로 오르는 길이다. 호암산성으로 가는 길은 장거리 코스로 여러방향을 갈 수 있어 장거리 등산코스로는 좋은 출발점이다. 오늘은 날씨도 덥고 늦은 출발이라 짧은 코스로 하여 옛 추억을 더듬으며 가보고 싶었다. 비록 익숙지 않은 길이지만 낯익다. 다시 말하면 어린 시절에 늘 보아오던 산능선이지만 처음 걷는 길이다. 예전에는 뚜렷한 길이 없었는데 이곳을 떠나고 나서 좀 세월이 지난 후 많은 등산객들과 문화시설의 확대발전으로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이다. 산능선 오솔길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넓고 편안했다. 요즘은 연료로 나무를 사용하지 않아 숲이 우거져 멀리서 보아도 바위산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능선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많은 변화와 발점 그리고 사라진 풍경등이 살짝 스쳐지나간다. 안양천 너머 광명시는 논과 밭이었는데 지금은 빽빽한 건물들이 들어서서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가 없다. 오솔길을 걸어 오르는 모습은 약간의 여유가 느껴진다.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지나다녀서 길이 반들반들하고 길이 탁트였다. 호암산성을 발굴한다는 플래카드는 한우물이 가까이 왔다는 증표이다. 지난날에는 한우물과 허름한 암자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지금은 발굴공사가 한창이다.
오랜만에 보는 신랑각시바위다 40년 이상되었을 것 같다. 주변에 많은 나무들로 전체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신랑과 각시는 뚜렷하다. 이곳으로 내려가면 장택상별장이라는 곳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 된는지 모르지만 4.19 때 내무부장관인 장택상의 별장으로 많은 시위대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소풍도 이곳으로 오곤 했다.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자연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산아래는 몰라보게 변하여 길을 잃기에 딱이다.
한우물을 지나면서 곧바로 가면 삼막사와 호압사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올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많이 다녔던 길이라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마침 한 등산객이 흐릿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나도 바로 따라가는데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진다. 초행길이다 보니 발걸음도 빠르고 눈에 익은 길이라 잽싸게 사라졌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갈래길이 있었다. 다른 길로 내려간 것이다. 이 동네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엔 없던 길인데 주변이 급경사라 위험해서 길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길을 만들다 보니 제대로 된 길을 돌로 만들어놓았다.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잣나무 숲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에 도착했다.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방향으로 갈까 망설이다. 목표로 한 곳이 왼쪽에 있어 서울둘레길을 따라 석수역 쪽으로 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이 낭떠러진 위치에 둘레길을 놓을 생각을 했을까. 숲 속에 오솔길이 걷기에 좋은 곳이다. 돈만 있으면 어디든 원하는 것을 만들어 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암산 폭포에 다다르니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지리도 알 겸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니 도로밑을 지나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바로 나왔다. 폭포는 예전에 없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산사태로 수해가 난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폭포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곳부터는 아파트지역을 지나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한다. 오래된 아파트다. 수해로 인하여 집들을 헐고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 것 같다. 주차된 차들이 고급차가 대부분이다. 공기야 좋을 수밖에 없다. 비록 바로 위에 도로가 있지만 방음벽과 숲으로 소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주변환경이 살기에 편하니 부자들이 살려고 들어온 것 같다. 이곳을 지나 길을 내려오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시절 이곳 종점에서 출발하는 107번 버스 종점이 보인다. 이곳도 많이 변했다. 잘 정돈된 모습이다. 107번 버스를 타면 서울중심가를 한 바퀴를 돌곤 했었는데 자주는 하지 못했지만 대림동 3거리를 중심으로 왼편으로 가면 영등포를 지나 신촌방향이고 오른쪽으로 돌면 노량진을 지나 용산으로 하여 광화문 앞에서 신촌방향으로 가곤 했다.
성당이 있는곳은 상수리나무와 도토리나무들로 숲을 이루던 곳이다. 지금은 도로와 주택으로 밀집되어 예전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기억 속에 모습은 생생한데 찾을 길이 없네 늘 하는 후회지만 사진을 찍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가끔을 뜬금없이 길거리를 사진 속에 담아보곤 한다. 혹시나 나중에 이곳을 오게 되면 어찌 변했는지 궁금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그새 잊어버린다. 그 많은 것을 어떻게 기록한단 말인가. 부질없는 짓이다. 추억 속에 머릿속에만 남아있는 그림들이다. 그림으로 그려 놓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이것도 무리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아쉬움만 남는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인가 보다. 마치 발버둥 치는 것 같다. 붙잡아 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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