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을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순간이 아닌가 한다. 지나온 길을 나름은 알면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지난 길을 생각하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따라가면서 얻어들은 것으로 순간순간을 지나왔다. 그래도 지난 구간에서 평소 느껴보지 못한 많은 것이 나에게 다가왔다. 금계마을에 도착할 때 앞방향에 이정표만 보고 따라갔다.
둘레길 함양센터에는 주차장과 샤워시설이 있어 여름에 오는 여행객은 이용할만하다. 단 샤워 시설은 사용료가 있다. 동강마을로 출발할때는 정확한 방향을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일행과 이야기를 하면 둘레길 이정표나 둘레길을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 길을 곧장 가면 칠선계곡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가는 둘레길은 칠선계곡 왼쪽 능선으로 비스듬히 올라가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에 불상은 창원마을에서 금계마을로 들어설때 왼쪽채석장 위에 있는 마애불이다. 이불상은 최근에 조각된 것 같다. 이 시냇물이 임천으로 남강을 만나서 낙동강으로 남해안에으로 들어가는 하천이다. 낙동강은 안동 쪽에서만 흐르는 강으로 알았는데 둘레길을 다니면서 서쪽 함양과 산청에서도 흘러가는 물이 있다고 이제 알게 됐다.
지리산둘레길은 이정표가 잘되있어 웬만하면 길을 잃지 않지만 많은 갈래길이 있어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마을 길도 마찬가지이다. 안내지도나 GPS를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특히 혼자서 여행을 하거나 마땅한 안내자가 없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가 길을 나서다 보면 상식적으로 진행방향을 설정하더라도 헷갈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을 했다. 이 짧은 세구간을 왔는데도 앞으로 남은 19구간에서 몇 번이나 방향을 잃을까 걱정이 된다.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럴 것이다라는 착각으로 가다 보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이 일행에는 대장도 없고 경험자도 없어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 올라가는 길은 칠선계곡의 오른쪽으로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도 불구하고 신나게 선두는 가고 있었다. 이래서 안내자나 인솔대장이 필요하고, 또 책자나 GPS는 반듯이 숙지해야 한다.
이제야 제대로 둘레길을 찾아서 가게 되었다. 길은 생각보다 작거나 아주 넓어서 어떤 선입견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이것이 여행에서 경험하게 되는 묘미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삶에서 익숙함에 젖어 머릿속으로 공식을 펼쳐놓고 그 길을 따라간다. 참으로 편리한 생각이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익숙한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길을 걸으면서 느끼게 된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모르는 비석이 서있어 지나칠 때도 있지만 궁금하여 확인해보고 싶은 때가 있다. 이 그림은 의평마을 들어서면서 벽송사 가는 초입에 있는 비석인데 죽포대라는 명칭인데 무슨 의미인지 지나고 보니 알고 싶어 진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대나무 밭이 나온다. 대나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구한말 면암 최익현과 항일 의병활동을 한 죽포 이규현의 유적지로 1964년 3월에 건립되었다고 쓰였습니다.
인증을 하게 되는 경우는 남에게 나의 경험과 자기만족이라는 행동을 확인해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탬프를 찍으려면 지도에 나와 있는 곳을 보고 지나면서 들러야 되는데 빼먹는 경우가 있거나 아예 인증하는 책자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하는 인증둘레길이니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쉽지 않다. 인증장소를 갈림길로 벽송사방향과 도로로 질러가는 코스로 나뉘는데 둘레길은 산을 적당히 타야 제맛이다는 생각에 벽송사 쪽으로 향한다. 일행들 거의 전부가 이길로 가니 어쩔 수도 없다.
둘레길에 와서 느끼는 가옥들의 구조가 약간 일본식 구조가 아닌가 들 정도로 냄새가 난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림에서 보는 일본의 시골 풍경과 흡사한 풍경을 보게 된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그런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산 위로 올라가면서 아래를 바라보는 모습은 계절이 주는 단풍과 맑은 가을하늘의 푸르름이 깨끗하다는 기분이 든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여러 종류의 길을 지나가는데 지나온 길 중에서 힘들고 지루한 길을 생각하면 그다음에는 더 멋진 길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걷거나 이 길을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좋은 상황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고통과 힘든 때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 좋은 길이 나오면 좀 쉬었다 가면서 즐거운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행복을 맘껏 느끼 보고 싶다.
비록 대나무가 작아서 아쉽지만 이런 사잇길을 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그림이 없어서 좋은 사진을 찍는 기술이 없는 것에 후회가 된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평소 느낌을 글로 표현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았다. 둘레길은 나에게 마음에 위로를 줄 것으로 시작했는데 더 많은 것을 주고 있다.
걸으면서 이 경치를 보았을 때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풍경을 어떻게 사진에 담을까. 제대로 카메라에 보일까. 마치 수채화 같은 색깔로 비치는 그림이 햇빛이 이 계절에 단풍을 더 아름답게 하고 있다.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아름다운 그림이 찍히지 않을까. 벽송사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멋있고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서암정사나 벽송사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하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여 열매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무 중에 하나다. 몇 년 전부터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데 내가 사는 수원 팔달산 작살나무가 수십 그루가 있다. 그 나무를 사계절을 지켜보면 봄에 새싹이 날 때는 눈에 띄지 않는데 여름이 오면 작은 꽃이 옅은 보라색으로 수줍어하다가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진한 보랏빛 열매를 맻으며 낙옆이 지면 더 진한 보라빛 열매만 남아서 처음에 신기했었다. 그런데 겨울에는 특히 눈이 내리면 흰 눈 속에 보라색 열매가 더더욱 진한 빛을 보여준다. 이것이 초봄까지 지속된다.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서암정사를 올라오는 동안 좋은 풍경은 마음에 풍요로움과 여유를 주었다. 서암정사로 들어오는 입구는 경치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막상 암자에 들어서니 한국적인 느낌은 전혀 없고 마치 일본식 절을 흉내 낸 모습이다. 무언가 어색하고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구조로 꽉 차있다. 그런데 이곳에 많은 신자들이 찾아온다고 하니 의외라는 생각이다.
둘레길이 좋은 이유는 편안한 길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치를 충분한 시간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걷다 보면 순간적으로 지나가면서 보는 경치와는 차이가 난다. 우리가 글을 읽거나 그림을 감상할 때도 여유와 넉넉한 마음이 있으면 문학작품이나 화가의 그림에서 작가가 보여 주고 싶은 속뜻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듯이 자연도 마찬가지로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멋진 풍경 속에서 숨어 있는 의미를 알게 되기도 한다. 서암정사 대웅전 앞뜰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과 칠선계곡의 그림에 아늑함과 저 멀리 보이는 숨어 있는 능선에서 한번 찾아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서암정사에 비하여 벽송사는 터는 넓은데 초라해 보이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다. 그렇다고 막상 무엇인가를 세우거나 채워야 한다고 말하기는 그렇다. 아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한국전쟁 때 이곳은 인민군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벽송사에는 소나무 두 그루와 목장승 2개가 보존되 있으며, 신라양식의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둘레길을 간다고 했으나 벽송사경내에 있는 것을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지나쳤다.
이 능선의 길이가 400-500m 정도 되는 코스인데 걸으면서 양쪽의 경치를 감상하고 한 여름에는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맞으며 걸으면 땀을 식혀줘 이 구간의 가장 운치가 있는 구간이다. 단지 봄이나 가을도 괜찮을 듯 하지만 겨울은 바람이 셀 것 같아 혼자 지나기에는 좀 힘들 것 같다. 여럿이 걸으면 걸을만하다. 능선을 지나 내려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을에 낙엽으로 계단이 보이지 않아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딜 수가 있다.
이 구간은 힘든 능선을 걸어 내려와 편안하게 쭉뻗은 길을 한가하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걸이 가면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사람들 왕래도 별로 없어 한적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구간이다. 왼쪽 계곡 건너편을 바라보면서 걸어 보면서 길 옆에 있는 꽃과 가까이 멀리 시선을 교대로 하다 보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산책하는 기분이다. 나는 이 길을 천천히 달려봤으면 하면서 걸어갔다. 달리면 어떤 생각이 날까?
둘레길을 걷다 모면 볼만한 경치이거나 들를만한 명소인데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3구간에서도 지리산에 유명하다는 도법스님이 계시는 실상사를 그냥 지나쳤다. 아쉬움이 있지만 둘레길 코스에서 멀리 떨어져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잠깐만 들르는 경우라면 꼭 갔다 오라고 하고 싶다. 용유담도 마찬가지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시간도 남는데 들를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 높은 산능선을 지나고 내려와 아스팔트가 깔린 일반도로를 걷게 되었다. 혼자서 맞은편 골짜기를 바라보면서 걷고 있는데 이번 둘레길을 함께한 회원 한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다가 내가 말을 붙이고 또 앞서가고 말을 붙이고 뒤에 가고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을 보니 올해 거의 마지막이다 싶은 산국화가 길가 언덕밑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내년에나 보게 되겠구나 하면서 한컷을 눌렀다. 이쉬움이다!
아주 한적한 길이다. 일반도로임에도 차량도 거의 없고 사람도 다니지 않는다. 함께 걷는 일행도 없다. 오직 나 혼자만이 걷는 그런 길이다. 왼쪽에 펼쳐진 산골짜기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는데 둘레길을 사색하는 길인가 보다 과거와 미래는 물론 현재 내가 가야 할 길 또한 준비하게 한다. 둘레길은 이만큼 여유가 있고 편안한 길이다.
둘레길은 마을사람들이 생활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보니 주변에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는 경우가 있다. 구슬박재도 그중에 하나인데 이름이 아름답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개 언덕에는 집이 한채정도 뿐이 없다. 지나면서 앞을 보면 멋있는 경치가 뒤를 봐도 경치가 멋지다.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불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머지 계절은 좋은 경치를 보면 가슴이 탁 트여 후련한 마음을 갖게 되니 다 좋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구슬박재를 넘으니 어느덧 동강마을이 보인다. 저 멀리 임천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인다. 냇가 건너편에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임산 배수 지형을 갖춘 마을이다. 사람이 오래 거주하려면 안전하고 편안한 지역을 택했을 것이다. 늦은 가을의 논과 밭 색깔인 옅은 갈색이 편안한 기분을 주기는 처음이다. 둘레길 걷기를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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