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우리는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돌로미티를 트레킹 하는 일정을 잡았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오는데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탈리아 일부 철도회사의 파업이 예정되어 있어 확인 결과 우리가 예약한 회사도 파업에 포함되어 갑자기 파업하지 않는 회사로 기차표를 바뀌어야만 했다. 드디어 베네치아에 산타 루치아역에 도착했다.
베네치아 섬으로 들어올 때 바닷물이 얕게 느껴져서 알아보니 지리학적 용어로 석호(바다자리호수)로 바다와 붙어있는 호수인데 모래밑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염도가 있고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지금도 석호 바다밑 흙을 파내어 육지와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을 온이유는 아들이 이탈리아 대학원 에 재학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도 모든 일정에 관계되는 것을 가이드해 주기로 하였다. 마침 학위도 거의 끝나가고 졸업기념으로 함께 여행하는 이벤트를 잡았다.
이탈리아 여행은 로마건 피렌체건 특히 베네치아는 골목여행의 묘미가 느껴진다. 어느 골목은 1 m 정도의 좁은 길을 마주바라보며 걷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이 부딪혀 앞을 보지 않고 가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설 때는 긴장을 했다. 일반적으로 골목길을 걷는 것은 도시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또 베네치아는 골목길을 걷다가 길이 끝나면 바로 곤돌라가 있는 바닷물이 보인다.
비가 오는 날 여행을 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으면 좀 즐겁지 않다. 일정을 소화하는데 지체가 되고 불편하다. 그런데 그날은 로마와 피렌체에서의 더위로 몹시 지쳐있어서 약간은 시원한 기분을 주었다. 선선한 날씨 덕분에 즐겁게 여기저기를 다닌 것이다. 일단은 숙소에다 짐을 풀고 가볍고 기동성을 발휘하여 배를 여러 번 환승도 하고 또 근처에 있는 작은 섬(무라노-MURANO)과 부라노(BURANO) 섬을 아들의 추천으로 비가 오는 중에도 강행을 했다. 비 오는 날씨에 바다에 나가니 바람도 많이 불거니와 여행갈때 기온의 변화가 이렇게 될줄은 예상 못하여 좀 추웠다. 무라노섬은 유리공예품의 가게가 즐비하다.
비오는 저녁 아들에 학교기숙사가 있는 근처 카페에서 이탈리아요리를 시켰는데 테이블에 빵과 물이 올라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메뉴들은 보통 우리가 주문한 식사 비용에 포함되는데 주메뉴인 요리는 보통 양이 적어 식탁 위에 있는 빵으로 접시에 남은 음식을 발라 먹거나 쨈을 발라서 먹는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에 아들이 웨이터에게 빵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이다. 주문한 음식과는 별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이곳에 식사예절을 알았어야 하는데 여기에 살고 있는 아들도 자주 외식을 하지 못하다 보니 놓친 것이다. 산 마르코 광장은 특별한 것은 없고 야외에서 저녁에 연주회와 테이블에 음식이나 술을 시켜 먹는 분위기 외에는 없었다. 단지 야경이 실제로 보면 넓은 광장을 보여주니 화려해 보였다.
파파도폴리 정원(Giardini Papadopoli)은 무라노섬을 가기 위해 막 배를 타는데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베네치아에 녹지공간은 고만고만한 것이 여러 군데 있지만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야 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곤돌라는 일종에 육지에서 택시역할을 하는 교통수단이라는 판단에 운임이 저렴한 여객선만 타고 베네치아를 여행했다. 베네치아를 여행하면서 좁은 골목과 바닷물 섬안에서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없단다. 배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만 한다. 이곳 상점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대부분 섬 밖에서 숙식을 하고 출퇴근을 한단다. 정신없이 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아쉬운 것은 진짜 베네치아의 깊이와 오래된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베네치아 본섬만 둘러보고 곤돌라를 타거나 리알토다리를 건너 몇 개의 골목을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일정을 잡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기서 숙박은 비용이 비싸고 음식값도 만만치가 않아 무라노섬과 부라노섬 정도를 잠깐 들르는 것도 무리한 일정이다. 나는 두섬을 갔다 오면서 중간에 있는 네모난 섬이 특이하여 아들에게 물어보니 베네치아의 공동묘지라고 한다. 원래는 성당옆에 묘지가 있었는데 나폴레옹이 이 아름다운 섬을 보고 묘지를 밖에 만들라는 명령으로 묘지섬을 따로 지었다고 한다. 짧은 일정으로 이 정도라도 본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베네치아를 갔다 오고 나서 나는 이탈리아 세리에 A 리그에 베네치아팀을 응원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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