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23년) 9월 외씨버선길 1구간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에서 시작해서 2024년 한여름인 6월 29일 봉화군 물야면 생달마을에서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문학관으로 이어지는 11구간까지 오게 되었다. 구간 시작지점이 상운사 초입이라 생달마을 입구에서 마을 이장님 트럭을 타고 들머리까지 올라갔다. 지난 구간과는 달리 바로 산행으로 이어지는 곳이라 이건 둘레길이 아니라 등산코스라는 생각을 했다.
5월과 6월은 무릎재활로 외씨버선길 참여가 어려워서 통증치료가 어느정도 호전되는지 점검차 11구간을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2달은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하여 약간 걱정을 하며 일행과 출발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파른 구간도 아닌데 일행과 좀 처져서 오르게 되었다. 이제 한여름이 되어서 그런지 주변에는 꽃들이 지난 봄보다 훨씬 적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가쁘게 숨을 내쉬며 오른다.
일단 늦은 목이까지는 그래도 경사가 심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고 대장님이 말씀을 하셔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오랫만에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일행들과 지난 이야기를 해가며 거를 수 있었다. 그동안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함께
둘레길을 걷고 동고동락을 했는데 무릎통증이 악화하여 도저히 무리하며 걷다가는 장기간 부상을 달고 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헬스클럽에 (PT)와 절대 안정이라는 처방으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언제나 나으려나 노심초사하면서 재활을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긴시간을 재활로 보내자니 그동안 재활 과정을 점검하고 다리 근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맑은 산속의 공기를 마시면서 오기를 잘했구나! 이 아름다운 나무수국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맑고 깨끗한 꽃잎이 내게 다가왔다. 앞으로 내 눈앞에 펼쳐진 많은 아름다운 야생식물이 기다려진다는 생각으로 힘들지만 부지런히 뒤쳐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선달산까지는 1/3 정도 도착했다. 여기가 봉화군과 영주시 경계인거 같다. 이제 약간 가파른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세 개의 도를(경상북도, 충청북도, 강원도) 들락날락 하면서 눈에는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지만 기분은 묘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자랑할만한 것도 아니지만 걸어서 접경구역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조록싸리는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싸리나무이다. 하지만 많은 조록싸리들이 무리를 이루면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처음 접하니 좀 신기하고 반갑다. 꽃이 집단으로 피어 있으니 더 멋있다. 둘레길을 거닐다 많은 야생화들이 무리를 이루면 평소에 보잘것 없던 꽃들도 주변 환경과 더 잘 어울리면서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 같다.
선달산 정상은 거의 일행들 중에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무릎재활로 운동을 못한 결과이다. 어쩔 수 없다. 빨리 재활치료를 마쳐야만 속도가 붙고 지구력이 생길 것이다. 이제 직진하면 백두대간길이고 조금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면 외씨버선길 리본이 길 안내를 할 것이다. 이제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다.
사진을 찍고 집에서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하늘말나리는 가까운 야산에 서식하는 식물이라고 설명되어서 1000m 넘는 산속에서 본 하늘말나리가 장소를 옮겼나 생각했다. 자세한 설명을 읽어 보면 확실한 하늘말나리이다. 말나리와 헷갈린다. 말나리는 높은 산지에 자란다. 전문가들도 어렵다는 식물 구분하는 것이 아마추어는 오죽 어려울까 한다.
부지런히 산행을 하다 보면 어렴푸시 보이는 꽃들이 있는데 찍느냐 마느냐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너무 많고 나중에 후회를 하여 가능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서 써먹을 수 있게 자료로 보관하려고 찍은 꽃이다. 잎을 보니 야산에도 많이 있는 식물인데 꽃은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화기가 아주 짧은 식물인 것 같다. 겨울에도 파란 잎을 보이는 상록성식물이다.오늘도 새로운 것을 알게 해 준 것에 늘 고마움을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니 망설여진다. 저 넘어 까지 가야 하는데 무릎이 조금씩 통증이 시작된다. 마침 일행 중 한 분이 왼쪽 간벌구역으로 내려가자는 건의 한다. 잠시 망설이다가 뒤에 오는 회원과 상의를 하고 바로 결정을 한다. 그냥 정석을 밟아도 되지만 무리하자 말자라는 결론으로 도착이 너무 늦으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옆으로 샌 우리 일행은 간벌길을 내려오면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마른땅을 밟다 보니 모래가 바닥에 약간씩 깔려 있어 미끄러웠다. 스틱을 사용하는데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몇백 m를 내려오니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나 다행스럽게도 땡볕을 지나 그늘로 들어섰다. 여름에 간벌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다. 특히 물이 부족하면 더욱 갈증을 부축이는 더위에 고통이 따른다.
28번 국도까지 내려오는데 2km 정도 거리가 되는데 중간에 무릎이 아파서 임도에서 하산하는 화물차를 얻어 타게 되었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차량을 이용하니 체력이 좀 회복된 기분이었다. 국도에서 걸어 가려 생각을 했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옆으로 새서 내려왔는데 어떻게 또 목적지까지 걸어갈 수가 있을까? 산악회 버스를 부르기로 결정을 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번 외씨버선둘레길 11구간은 지금까지 둘레길 중 가장 난이도 최고의 둘레길이었다. 무릎만 정상이었어도 밀어붙였을 텐데 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여러 가지로 애로가 많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날머리에 도착해서 냇가에 알탕을 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큰 냇가이다 보니 물은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 누군가 이 길을 걷게 되면 미리 정보를 확보하고 출발하는 게 수월하고 여유 있게 둘레길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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