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씨버선길 13구간은 김삿갓면 사무소에서 출발이 정코스이다. 하지만 13구간(관풍헌 가는 길)은 거리가 24.6km라서 거리를 조정하여 지난번에 일부 구간을 추가하여 관풍헌 가는 거리가 짧아져서 13.7km로 변경하였다. 또한 더위와 장마철로 변수 발생을 대비하여 거리를 축소하였다. 우리는 고씨동굴 입구부터 시작하였다.
7월의 특수한 상황으로 태화산코스를 우회하여 일반도로를 걷게 되었다. 햇볕이 없어 그나마 다행으로 날씨가 흐려 걷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 땀이 비오듯 하여 손수건 준비를 못하여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따갑기까지 했다. 여름에 운동이나 야외에서 걷기는 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애로사항이 있다. 강물을 거슬러 걷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일반도로를 걷다 보면 앞에서 오는 차량으로 약간에 위험이 있지만 그나마 도로에 인도부분이 있어 조심만 하면 걸을만하다. 도로를 걷다가 다리 밑이나 옆 산등성이를 보면서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지루함을 덜어준다. 차량을 타고 이동을 하면 길가 주변을 자세히 볼 수도 없거니와 기억에 떠오르는 풍경은 거의 없다. 여러 번 반복해서 다녀야 겨우 그 길의 풍경이 남을 뿐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도시 사람들이 평소에 볼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도라지밭도 그 하나다. 어린시절엔 자주 보던 장면인데 이제는 볼 수 없어 아쉽다. 도라지꽃이 피기 전에 봉오리를 터뜨리는 것도 소싯적 장난 중에 하나이다. 이런 경험은 도라지꽃 봉오리를 보면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제는 봉오리를 터뜨리지는 않는다.
나는 둘레길을 걸으면서 아주 많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보면 적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새삼 자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모습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기껏해야 들깨를 보면 추어탕이나 순대국에 넣어 먹는 들깻가루만 떠오른다. 색이 정말로 잔잔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이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옥수수를 수확하면 우리집에서도 다른 작물을 심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보았을 땐 새롭게 다가왔는데 기억을 더듬으니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군것질 거리가 없어서 옥수숫대를 잘라서 먹기도 했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주어도 먹지 않을 것이다. 이제 누가 먹으려고 시도를 하려나 궁금하다. 한 번쯤 먹어 보고 싶다.
강 가까이 둘레길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더군다나 장마철인 우기에 거리가 1~2m 정도 되는 곳도 있었다. 둘레길을 갈 때는 약간에 위험한 장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안전한 시설이나 조치는 있지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난번 여강길 (여주) 2구간에서도 섬강 강가를 끼고 걸었는데 그 당시는 봄에 가뭄의 시기여서 돌발 상황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즐기려고 다니는 길이 위험하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외씨버선길 13구간을 끝으로 외씨버선길 전구간 경상북도와 강원도 그리고 충청북도 일부를 걸으며 언제 또 이런 길을 걷게 될까 아마도 앞으로는 올 수 없는 지역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지나온 각 지역을 다시 생각해 보면 태어나 처음으로 다닌 길인데 한반도에 태어나 이제야 청송, 영양, 봉화, 영주, 영월 등을 걸어서 유람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되면 어느 몇 군데는 들를 수도 있겠지만 마음먹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단종이 머물렀다는 관풍헌을 와보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권좌에서 쫓겨나 먼 한양에서 이곳 영월은 그 당시엔 볼품없는 곳이었으리라. 그동안 걸었던 곳의 옛 모습과 비교해도 그리 낫지도 못하다. 외씨버선길 끝이 애절하고 , 처량할 따름이다. 누구를 탓하랴 만은 단종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렸으니 이 또한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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