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청미래덩굴은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가까운 야산으로 동네 친구들과 놀러 가면 길가에 보이는 식물로 그 당시에는 정확히 이름을 몰라 혹시 산사과 아닌가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더라도 보이는 그런 식물인데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언젠가는 빨 갖게 익은 청미래덩굴 열매를 따서 입속에 넣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속이 떵떵 비어서 씨만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청미래덩굴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이름은 경기도 지방에서 불리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황해도에서는 망개나무라고 불렀으며 간혹 매발톱 가시라고 하기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로 불린다. 청미래덩굴은 백합과에 속하는 덩굴성 식물이고 낙엽이 진다. 그리고 백합과 식물은 보통 백합이나 원추리처럼 초본이고 백합과 나무로는 유일한 청미래덩굴뿐인데 1억 년 전쯤으로 추정되는 화석식물로 발견된 것이다. 백합과 식물은 거의 초본이어서 화석이 되기가 어려운데 유일하게 청미래덩굴이 백합과 식물의 역사를 증명하였다.
청미래덩굴은 잎이 특이하다. 둥그런 잎이 갑자기 끝이 뾰족하고 둥글게 말리면서 밑으로 내려갔다. 잎 두께는 두꺼운데 의외로 겨울에는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잎이 두꺼우면 상록성 활엽수가 될 줄 알았는데 무슨 숨은 기능이 있는 것 같다. 또 덩굴성이다 보니 잎 겨드랑이에 덩굴손이 있는데 탁엽이 변하여 생겼다고 하고 두 갈래로 갈라져 돼지 꼬리처럼 꼬불거리며 자란다.
청미래덩굴이 특히 자라는 곳은 벌채지나 조림지와 같이 햇빛이 땅바닥에 도달하는고 아주 밝은 이차림 같은 곳이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진정한 처녀림은 청미래덩굴이 한 포기도 없다고 한다. 인간의 간섭에서 숲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그 가장자리에 망토식물군락이라는 식물사회를 만든다. 청미래덩굴은 그런 식물사회의 중요 구성원이다. 최북단 분포는 북한 원산이다.
청미래덩굴은 가을 낙엽에도 잎자루가 가지에 붙어 있다. 내년 봄을 기약하는 겨울 눈을 이 잎자루가 보호를 한다. 청미래덩굴의 가지와 가시는 이듬해에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2 ~ 3 년이 지나면 모두 목질화되어서 말라 없어지고 동시에 새로운 가지와 기시가 생겨난다. 여러 해 동안 지탱하지 못하고 수명이 짧다. 그 이유로 가시는 불규칙적으로 배열된다.
한글명 청미래 덩굴은 덜 익은 푸른 열매의 덩굴이라는 뜻으로 일찍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망개나무, 명감 따위의 다양한 방언으로 전화되었는데 청미래덩굴의 뿌리, 열매, 어린순 등을 식용 또는 약용했던 자원식물이다 보니 지방마다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 애벌레처럼 생긴 굵은 덩이모양뿌리는 산귀래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이용되고 예부터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았던 일본 칸사이(관서) 지역에서도 떡을 감싸는 용도로 떡갈나무 잎을 대신해서 청미래덩굴잎을 이용하는 관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미래 덩굴 잎으로 싸서 먹는 떡을 망개떡이라고 하며 , 실재로는 떡을 감싸서 찌기 때문일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포도송이 같은 물열매를 산새들은 좋아한다. 그들의 눈에 띄면 종자를 멀리 안전하게 퍼트릴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숲 가장자리처럼 앞이 확 트인 곳에 가면 청미래덩굴의 암그루가 흔하다. 수그루는 암그루 언저리에 떨어져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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