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어느 정도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즐거운 여행이 되기 위해서와 무언가 추억을 만들려면 준비를 잘해야만 된다. 항상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이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렇다고 그것이 늘 마음에 들거나 기분을 가볍게 하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도 지난해 다녀간 구간을 역방향으로 가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난번 여행이 끝나고 며칠 후에 갖게 되었다.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코스가 마음에 드는 게 이유이다. 둘레길을 다니다 보면 가끔은 이런 구간이 보이고 다시 오고 싶어 진다.

여주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하루 일정으로 왔다 가기에 알맞은 거리여서 최근에 종종 찾곤한다. 건강할 때 부지런히 다녀야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가깝지만 미쳐 가보지 못해 틈틈이 가게 된다. 여주역까지는 쉽게 올 수 있는데 여주역부터가 문제이다. 교통편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차시간을 놓치면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만약에 시내에서는 노선을 모르면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걸어가야 한다. 이번 구간은 역에서 강천마을로 가는 아침 08:25분 992번 버스를 타야 한다. 구간길이는 21km로 짧지 않은 거리라 강천마을에서 09:30쯤 출발을 예상하여 도리마을 도착을 오후 03:10 이전에 여주역으로 오는 버스를 탈계획이다.


이번 여행은 지난번과는 달리 친구와 동행을 했다. 풍경이 아름답고 혼자 걷기에는 아쉽다는 느낌이 지나여행에서 들었기에 역시나 함께하는 여행은 혼자보다 또다른 맛을 갖게 한다. 가끔은 동행이 있는 여행도 필요하다. 지난 3월에는 강천마을에서 신륵사까지 순방향으로 홀로 다녀갔었다. 길이는 짧았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온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혼자 느끼며 걸었다. 거리가 긴 여행이지만 동행할 수준의 친구라 함께 여행을 건의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체력적으로 우월하여 동행하는 동안 쫓아가느라 힘들었다. 나는 무릎부상으로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이다. 강천마을을 막 벗어나면서 지나 해 왔던 코스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접어들었다. 자산이라는 곳으로 산을 올라서 섬강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야한다. 산으로 오르면 풍경이 훨씬 좋을듯하여 택한 코스이다.




산과 들을 트레킹하다보면 많은 새로운 식물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자연 속에 있는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 만남은 추억이 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든다. 다른 곳에서 같은 식물을 보게 되면 전에 보았던 식물이 떠오르거나 생각을 한다. 좋은 상상이 아닌가 힘든 줄 모르고 자꾸 빠져들어가게 된다. 여행을 하면 다양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눈으로 보는 시각과 입으로 느끼는 미각등을 주로 접하게 된다. 트레킹은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좋은 추억을 만든다. 여행은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감정과 기분을 갖기 위한 외부활동이다. 자산을 내려오는 마지막 언덕 길가에 큰꽃으아리가 대낮에 보름달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책에서만 보던 넝굴성 목본 식물로 으아리꽃은 광교산 지지대고개 능선에서 보았지만 큰꽃으아리는 자연상태에서 처음 접하는 나무다.



자산을 내려오면 바로 섬강다리를 건너 섬강을 따라 남한강을 향하여 내려가는 길을 따라 올라간다. 오늘은 덥지 않아 다행이지만 한 여름에는 오면 안되는 길이다 주변에 쉴 수 있는 나무하나 없이 개치나루터까지 가야 한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날씨를 택하여 오면 좋은 길이다. 자전거를 타면 괜찮겠지만 걷는 것은 무리다. 특히 이 길은 동행이 있으면 걸으면서 이야기하기 딱이다. 중간에 그림하나 흥원창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원주지역에 설치된 조창(漕倉- 강으로 세곡을 실어 나르던 곳) 중에 하나이다. 개치나루터에 남한강대교를 건너면 충청북도 충주로 들어간다 여강길 2구간은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를 걸치는 코스로 지리적인 묘미가 있다.


지역을 넘나드는 구간을 지나면서 옛사람들이 걸었을 것을 생각해보니 소너미고개 어딘가에 그 흔적들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고개를 넘으면서 많은 돌무더기들이 고갯마루 바로 아래 널려 있어서 이곳이 그 흔적이 아닌가 한다. 이 지역 향토지에는 분명히 그 명칭과 구조물들이 표기됐을 것이다. 골짜기는 내려오면서 산높이는 낮지만 골이 상대적으로 깊어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골짜기를 잘 정리만 하면 좋을듯하다. 작은 마을 삼합리는 보기에 조용하고 사람들도 적은 동네로 동네왼쪽 방죽 옆으로 충주로 넘어가는 길이 나있다. 옛적에는 없었을 그런 길일 것이다. 이제 목적지에 다와 가는 느낌이다. 삼합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도리마을이다.



삼합교를 지나면서는 다왔다는 생각에 천천히 가려는데 목표로 했던 시간이 바로 지금인 오후 03:10분이었다. 자산을 넘으면서 시간을 많이 까먹고 개치나루터에서 점심을 해결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니 1시간 30분 정도가 오버한 것이다. 무릎 통증이 발목을 잡아서 약간 절룩거리며 걷게 되어 점점 도착시간이 늘어지게 되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어가며 여행할 일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하고 빠른 시간에 목표지점인 도리마을로 갈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 착오였다. 아예 중간중간에 달리면서 시간을 조절하고 여주역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는 것은 상황상 무리였다는 판단이 들었다. 여행은 너무 초조하게 일정을 잡으면 반듯이 실패한다는 생각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유 있게 시간을 두어야 한다. 좋은 여행은 즐겁게 행복하게 움직이면서 결과에 만족하는 것이다. 20km는 짧은 구간이 아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강길 3 구간 ( 바위늪구비길) (0) | 2025.04.17 |
---|---|
여강길 5구간 - 황학산길(명성황후생가 가는길) (0) | 2025.04.12 |
이탈리아 로마의 짧고 아쉬운 여행 (1) | 2025.02.11 |
석양 노을과 숙지산이 보이는 팔달산 카페 크로이츠 (2) | 2024.12.19 |
화성 공룡알 화석지 찾아가기 (1) | 202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