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둘레길이라 부르는 이유는 각 지방에 산길과 들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산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서 다녀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지리산 둘레길로 시작했는데 왜 둘레길인지 이유가 이해되지 못했다. 이제서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옛말로 하면 면사무소앞에 꾸지뽕나무 열매가 빛깔을 뽐내고 있는 가을날씨에 맛을 느끼며 힘차게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가련다. 둘레길을 다니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토 즉 우리나라에 대한 향수, 이름으로만 들으며 나이 들어가는 세월이 아쉬워 2년 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노란색은 정방향표시이고 분홍색은 역방향 표시를 보여주는데 디자인도 깔끔하고 색상도 선명하다. 올해 논농사는 중국에서 날라온 벼멸구 때문에 진안군은 심각할 정도이다.
둘레길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주며 자연과 함께 하면서 보기만 하고 이름을 모르는 야생화나 나무들의 생태를 배우게 한다. 지리산둘레길을 처음 다닐 때 첫가을을 보내면서 많은 야생화를 알려주고 모르는 들꽃을 알게 해 주었다.
구신치라는 고개를 넘어 200m 정도 내려오니 왼편에 작은 마을 하나가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마을은 깨끗하게 정돈되었는데 사람들이 안 보인다. 내려오다 할머니 한분께 인사를 하니 좀 어색해하신다. 저 멀리 논에는 경운기와 트럭이 한대 있는데 바쁘게 농사일로 움직이신다. 원구신마을을 지나가면서 집들의 담이 모두 돌로 그것도 그리 높지 않게 보기가 좋은 돌담길이다..
원구신마을을 지나 뙤약볕을 열심히 걷고 있는데 길가 농부가 멜론을 7개씩이나 주시면서 여러 사람이 다니는데 함께 먹으라고 멜론 비닐하우스로 데려가 주신다. 고맙다고 연신으로 인사를 하면서 쉼터가 있는 곳까지 가 도착하는 대로 일행이 맛을 보는데 더위에 지친 우리들은 모두 맛있다고 감탄을 하면서 농부아저씨에 고마움에 다시 한번 진안군 지역 민심을 칭찬한다. 그리고는 멜론을 택배로 시켜 먹어야지 하면서 쉼터를 떠났다.
이제 와보지만 진안군은 이름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지명인 것 같다. 지역이 해발고도가 좀 높다. 전라북도에서 동쪽에 있으니 혹시 남덕유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낮은 구릉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도가 700-800m 정도도 아닌 300-400m 높이의 준산악지대이다. 과실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토지들이다.
멀리서 보면 꼭 국화처럼 보인다. 식물도감을 찾으니 국화과속 여러해살이풀이란다. 이 계절에 피길래 궁금했는데 북아메리카가 원산으로 귀화식물로 어릴 때 가끔 돼지감자로 알려져 뿌리를 깎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위에 탱자나무는 운향과로 짙은 향이 나서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녔었다.
짧지 않은 길 나에게는 다리가 불편하여 망설였던 진안고원 3길이다. 약 18km 길이를 큰 무리 없이 걸어왔다. 지난번 2길에 날씨가 안 좋아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수월한 코스였다. 역시 날씨가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높지도 않은 산줄기와 한여름도 아니다 보니 벌레도 들에 없었다. 약간의 볼거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이 길을 걸어 본다는 것에 만족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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