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둘레길 다니며 비가 오는 경우도 여러 번 겪었기에 큰 비가 아니면 괜찮겠지 하며 산악회 버스를 탄다. 진안 가는 내내 비가 내리다 말다 하면서 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한다. 한 달에 두 번씩 떠나는 둘레길은 2년 전에 시작하면서 어느덧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비록 이것을 하게된 계기가 별로 좋은 상태에서 시작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결과를 만들어 주고 있다.
비를 맞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나로서는 또 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옷이 비에 젖으면 귀찮다거나 찝찝한 느낌이 전혀 없다. 단지 즐기려고 한다. 그 이유는 달리기가 취미인 나로서는 비 올때 달리기를 하면 너무 기분이 좋고 시원하다. 어떤 에너지가 내 몸을 이끈다는 기분이 들어 상쾌하다. 한 술 더 떠 막 달리고 싶어 진다.
둘레길은 아주 부담이 없다. 가다가 옆에 회원이 있으면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면 되고. 없으면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날씨가 좋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비가오면 사진을 찍거나 스틱을 사용할 때 다소 불편하기는 하다. 어쨌든 천천히 가면서 하면 된다.
수수밭이다. 수수하면 나는 어릴 때 어머니가 수수팥떡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과 백일기념으로 동네에 수수팥떡을 돌려가며 먹었던 추억이 난다. 또 수수주꾸미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 아이들 태어났을 때 함께 했던 것들도 길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요즘은 밭둔덕이나 논두렁 옆을 지나다 야생에 아주 작은 꽃들이 피어 있다.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귀엽기까지 하다. 이런 광경은 들이나 산으로 나와야만 느낄 수 있다. 지금 지나치는 길가에도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비가 오는 장마철 중간중간 비가 그칠 때 집밖으로 나가 개울가 물 흐르는 모습과 물소리를 보고 듣곤 했다. 조심은 해야 하지만 평소에 보지 못한 개울가 물흐름에 그냥 즐거워했었다.
이곳 마령면은 낮이 않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이 밭과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논이 온통 벼멸구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중국에서 날아온 멸구로 피해를 본 것이다.
이곳에 도착하자 비가 그치지 않아 일행대부분은 정코스를 생략하고 지름길로 가게 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어리석은 결정으로 후회를 하며 앞으로 이 소중한 일정을 허트로 보내지 말아야겠다.
비가 오는 중에 꽃무릇이 활짝 핀 것이 더 맑은 색감을 보여준다. 물기가 색을 보정하여 더 맑게 보이나 보다.
지금도 비가 오고 나면 깨끗이 씻겨 나간 주변 환경과 맑은 공기를 느끼며 온 세상이 씻긴듯한 기분이다. 옛말에 불보다 물이 무섭다고 하면서 불은 나면 재라도 남지만 물은 모든 것을 쓸어버려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 목적지에 다 와간다. 얼굴을 들어 도로 이정표를 보니 왼쪽으로 가면 마이산, 오른쪽으로 가면 임실 방향이라 한다. 우린 왼쪽에 있는 백운면행정복지센터까지이다. 비가 와서 코스를 이탈하여 이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정코스로 간 회원들은 아직도 올 기미가 없다. 이 소식을 듣고 아차 내가 실수를 했네. 힘든 일정을 피하고 쉬운 길로 와서 진안고원 2길에 대한 느낌이 반감되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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