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에 가서 멋진 풍경과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으면 이코스를 추천드리고 싶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 많은 돌로미티가 영업을 일시 중지하고 봄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스키시즌 바로 직전이라든지 성수기 시작 전에 들르면 무언가 쓰릴 있는 경치와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시몬 델라팔라 봉우리를 보고 싶어 베네치아에서 차를 렌트하고 돌로미티로 처음 이곳을 오게 되었다. 베네치아에서 산 마르티노를 오는데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거치니 도로 주변 마을모습과 점점 산악지역을 들어가면서 자연경관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돌로미티 첫인상이 나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궁금했다. 우리가 강원도 인제나 한계령을 넘게 되면 느끼는 것과는 약간 같으면서도 다른 기분이다.
설악산에는 케이블카가 한군데있지만 돌로미티는 지형의 특징에 맞게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델라팔라를 가려고 케이블카가 고도가 가파른 경사진 산을 오른다. 그런데 한번 더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 하기에 잠시 기다리다 두 번째로 탄 케이블카는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그런 바위를 가로질러 오르는데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마자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밖으로 나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로마에 날씨가 한여름온도로 더워서 힘들었는데 여기는 벌써 초가을도 아닌 늦은 가을날씨로 추워서 긴급히 우비를 뒤집어써서 조금은 해결을 하고 로제타 숙소(Rifugio Rosetta)까지 갔다 오는데 완전히 초겨울날씨를 맛보고 왔다.
이곳 날씨가 조금 며칠전에 시작된 느낌이다. 아직도 땅에는 파릇한 풀들과 간간히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계절의 환절기에 이곳을 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잠시 숙소 남쪽 풍경에 취해 거센 바람을 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둘러보다가 숙소에서 커피나 따뜻한 차도 생략한 체 돌아오면서 추운 기운을 감출 수가 없었다.
9월 초순인데 2600m 고도는 날씨가 순간적으로 바람이 멈추기도 하지만 대체로 바람은 빈번하게 몸을 움추러들게 한다. 하지만 날씨와는 반대로 우리앞에 펼쳐진 경치는 노칠 수가 없어 바람을 무릅쓰고 더 멋진 광경을 보기 위해 로제타 케이블카뒤에 있는 씨마 로제타(Cima Rosetta-2743m) 봉우리로 향했다. 밑에서 보았을 때는 가까워 보였는데 한참을 올라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힘들게 로제타에 오르니 진짜로 환상적인 풍경이 앞에 보였다. 바로 코앞에는 까까지른 절벽 그대로이다. 감히 쳐다볼 수도 없다. 바람을 이기고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정상은 약간 경사 가져 오르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내려갈려니 조심히 하지 않으면 미끄러진 위험이 있다.
더 환상적인 것은 우리가 올려고 했던 씨몬 델라 팔라 봉우리를 가보지는 못해도 가까이 인는것 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곳은 가볼 수 없는 곳이었다. 갈려면 단단히 준비를 하고 그런데 이건 아니다 싶다. 사전에 델라 팔라를 알아보지도 않고서 무작정 왔던 것이었다. 진짜 장엄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돌탑앞에서 작은 돌을 올려 놓으며 기원을 드렸다. 돌로미티에서 남은 여정의 무사함과 아들이 학업을 잘 마쳐서 원하는 결과가 꼭 이루어지길 바랐다. 아들의 계획과 실행이 없었으면 이곳을 올 수도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마지막일정이지만 최고의 여행이 아닌가 한다. 로마도 피렌체도 피사도 베네치아도 아닌 이곳 돌로미티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경이로움은 그 이상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짧은 일정이지만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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